“우리의 음악 하고 싶을 뿐 힙합에 갇히고 싶진 않다”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04.29 17:58
ㆍ5집 앨범 들고온 에픽하이
"난 여기도 난 저기도, 난 왼쪽도 오른쪽도, 낮은 곳도 높은 곳도 아냐."
에픽하이 새 앨범의 첫곡 'be'의 일부다. 화자(話者)는 '진실'이다. "진실이 자신에 대해 얘기하는 거죠. 세상의 '진실'이란 게 과연 진리일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3인조 힙합그룹 에픽하이가 1년 만에 5집 '피시스, 파트 원(Pieces, part one)'을 들고 돌아왔다. 진실에 대한 고찰은 '구원'이란 주제로까지 옮겨간다.
"4집 이후 팬레터에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고 삶의 끈을 놓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많았어요."(타블로)
아파하는 사람들을 진흙탕에서 '구원'해주고 싶었다. 타이틀곡 'one'은 구원의 '원(援)'자를 따서 만든 제목이다. '상처가 있나요?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나요? 유 아 스틸 뷰티풀 투미' 하는 가사는 사람들의 조각(Pieces)난 마음을 어루만진다.
2003년 데뷔 이후 에픽하이는 한국 힙합 역사상 전례없는 성공을 이뤘다. 지난 4집 앨범은 12만장이 팔렸다. 5집 앨범도 발매 2주 만에 초도 5만장이 모두 판매됐다. 데뷔 5년 만에 '대박'을 쳤지만 달라진 건 없다.
"엄마, 아빠를 자주 못 본다는 것?(웃음)"(미쓰라진)
"어느 순간에도 지금 내는 앨범이 우리를 처음 만나는 이에겐 1집이길 바라요. '이제 5집 가수니까' 이런 게 뭐가 중요해요. 잘 만든 앨범 1장이 대충 만든 앨범 100장보다 중요합니다."(타블로)
에픽하이는 등장부터 공격적 랩이 주를 이루는 많은 그룹들과 달랐다. 이들의 랩은 하나의 서사(Epic)를 그려, 어떤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실력 있는 힙합그룹이 주류 시장에서 선전하는 건 흔치 않은 일. 많은 이들은 '힙합신 전반의 영역 확대'를 낙관했다.
그러나 정작 에픽하이는 이런 기대와 따라오는 실망, 오해의 목소리에 시달려온 듯 했다.
"우린 에픽하이다운 음악을 하고 싶지, '힙합'에 갇히고 싶진 않아요. 힙합신에서 우리의 역할, 거시적인 의미 부여가 부담스러워요. 우리가 뭘 원할까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죠. 그 대답은 그냥 이 앨범이에요. 음반 말고 그 외 것엔 관심 없어요."(타블로)
창작자가 창작물 외의 것을 고민해야 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지만, 기대할 게 없는 창작자에겐 그런 짐조차 없다. "봐, 문제는 당신이 내가 무엇이 되길 원하느냐야.(you see, the question is what do you want me to be.)" 그러고 보면 'be'의 화자는 에픽하이 자신이기도 하다. 우린 여전히 에픽하이에게 원하는 게 많다.
< 글 이로사·사진 김기남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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